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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이 되는 시간 | 포도밭출판사
ISBN: 979-11-88501-09-0 (03300) 출간일: 2019년 7월 19일 정가: 15,000원 제본: 무선 쪽수: 268쪽 판형: 128×205mm 분야: 1. 인문학 > 인문에세이/인문비평 2. 인문 > 인문일반 3. 에세이 > 한국에세이 4. 사회과학 > 사회운동 광장이 되는 시간 천막촌의 목소리로 쓴 오십 편의 단장 지은이: 윤여일 책소개 운동의 현장이 사고의 광장으로 ‘도청앞 천막촌’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고자 제주도청 맞은편 길가에 천막을 치고 모여든 사람들의 마을이다. 사회학자이자 동아시아사상사 연구자인 저자 윤여일은 ‘연구자 공방’ 천막을 세우며 ‘천막촌 사람들’이 되었다. 이 책은 천막촌 살이의 기록이자 천막촌 운동의 고민, 난관, 모색, 성장에 관한 에세이다. 그로써 독자와 함께 천막촌을 정신적으로 체험하고자 한다. 이 책의 부제는 ‘천막촌의 목소리로 쓴 오십 편의 단장’이다. 각 단장은 저자가 천막촌에서 접한 누군가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저자는 천막촌에서 다가온 목소리들로 독자가 들어올 사고의 광장을 마련한다. 천막촌이라는 제주의 운동 현장에서 한국의 사회현실을 바라보는 일종의 좌표를 만들어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보도자료 제주가 지금 모습이길 바라는 당신이 알아야 할 이야기 제주가 앓고 있다. 화산활동이 만든 오름과 신비로운 동굴, 수백 년 우거진 숲, 푸르른 바다 그리고 소중한 생명들이 앓고 있다. 지난 십 년 간 제주의 자연생태는 난개발과 과잉관광으로 도처에서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이런 제주에 국토부는 훨씬 많은 관광객을 받기 위해 두 번째 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민주적인 의사수렴, 최소한의 알 권리도 무시되었다. 공항 예정부지 주민들은 자신의 집과 고향이 사라지고 그 위로 활주로가 깔린다는 통고를 언론보도로 들었다. 더구나 강정에 만들어진 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은 공군기지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제주는 섬이다. 섬의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환경수용력이 관건이다. 현재 제주는 하수처리능력이 포화상태로 일부 하수를 그대로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쓰레기처리능력도 한계에 달해 압축 쓰레기를 몰래 필리핀으로 보냈다가 반입을 금지당했다. 공항이 하나 더 생겨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다면 어찌될 것인가. 얼마나 많은 난개발이 이어질 것인가. 섬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시설 하나를 짓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공항은 개발들의 첨병이다. 현재 제주의 도민들 사이에서는 국토부의 제2공항 건설사업에 절차적 하자가 크다, 제2공항 건설 이전에 현공항의 활용가능성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도민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다. 하지만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일단 시작된 국책사업은 자기정당화의 논리로 무장한 채 자기관성에 따라 진행 중이다. 개발과 갈등의 섬. 이것이 제주의 현주소다. 제주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운동의 운동 그래서 제2공항 사업을 막기 위해 예정부지의 주민만이 아닌 여러 시민이 모여들어 천막촌이 형성되었고 모인 이들은 천막촌 사람들이 되었다. 천막촌은 예정부지 주민의 단식으로 시작되었다. 그를 지키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또한 다른 단식자가 생겨났다. 천막촌 사람들은 고민이 많았다. 단식자가 쓰러지기 전에 단식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했다. 또한 운동을 긴 호흡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너무 큰 희생을 짊어지지 않고, 더 희생되지 않고, 힘을 내는 사람이 힘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했다. 운동을 운동시켜야 했다. 운동의 실험이 일어났다. 천막촌 사람들은 국토부와 제주도정이 요식적 행정절차로 진행하는 설명회나 보고회에 난입하고 이를 저지했을 뿐 아니라 ‘공항 말고 장터’, ‘공항 말고 백배’, ‘공항 말고 합창’, ‘공항 말고 광장’, ‘공항 말고 바당’을 마련해 시민 참여의 장을 만들었다. 촛불 집회 때도 사람들이 모일 곳 없던 제주에서 천막촌은 정치의 광장으로 진화했다. 운동들의 운동, 운동들을 위한 운동 천막촌은 제주에서 전례 없던 것이나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외롭지 않다. 천막촌은 국책사업 반대운동이자 점거운동이자 지킴이운동이다. 대추리, 새만금, 용산, 두물머리, 강정, 밀양. 천막촌은 지난 많은 운동을 앞에 두고 있으며, 그것들을 참고하고 계승한다. 과거의 운동은 천막촌에게 침전된 가능성이고 실천의 참조점이고 못 이룬 약속이다. 천막촌은 그 과거들을 여기저기서 불러들이며 새로운 미래를 산출하고자 한다. 그로써 과거 운동은 현재 운동 속에서 되살아난다. 서사로서 방법으로서 감정으로서 물음으로서. 현재 운동은 과거 운동들을 구제하는 속성을 지닌다. 이것은 시대순으로 기록되는 운동사와는 다른, 운동의 역사. 이처럼 여러 운동을 계승하고 그 운동들을 다시금 운동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천막촌은 운동들의 운동이며, 천막촌 역시 미래에 도래할 여러 운동에게 그렇게 쓰이고자 하기에 운동들을 위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마을, 다른 생활 그리고 천막촌은 마을이다. 볼록 솟은 천막은 그릇이 뒤집어진 형상이다. 사람들이 사연과 의지,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과 기술을 가지고 흘러들어와 이 안에서 함께 차오르고 있다. 이곳을 천막촌, 즉 천막들의 마을로 부르는 것은 단지 천막이 여러 개여서가 아니라 집이 아닌 천막에서 지내며 전에 없던 마을을 살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천막촌은 자격과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자들이 자유를 살며 집단의 삶을 가꾸는 실험적 마을이다. 자격과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자들이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합의과정에서 배제된 자들이 새로운 공공영역을 만들어내고자 하고 있다. 여기, 새로운 마을과 다른 생활이 있다. 생성되는 관계가 있다. 의지가 있다. 긴 약속과 결심이 있다. 분노가 있다. 분노는 절규로 고립되지 않고 공분으로 승한다. 놀람이 있다. 자신 그리고 타인에게서 새로운 발견이 일어난다. 성장이 있다. 사고와 행동과 언어가 자라난다. 상상력이 있다. 상상력이 향하는 미래가 있다. 시도가 있다. 시도가 수놓는 역사가 있다. 이러한 ‘있음’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산다’는 흔들리며 많은 동사를 짊어진다. 이 마을은 삶의 새로운 실존 형식을 실험 중이다. 천막촌에서 만난 목소리들 이 마을에 이런 목소리들이 있다. “결국 그 밤 천막을 다시 세웠고 천막이 늘어났습니다. 천막촌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껏 참아온 분노가 축적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만나기 위해 서 있었다. 왜 이러고 있느냐고 당신들이 한 번이라도 물었다면. 우리는 질문 받기 위해 굶었고 마주치기 위해 서 있었다.” “우리는 당신들의 규정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름으로 싸웁니다. 우리는 아직 없는 이름들입니다. 한 번도 호명된 적 없는 주체들입니다.”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 앞에 분노한 얼굴들입니다. 폭력에 저항하는 인간입니다. 이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학살의 당사자입니다.” “당신은 누구냐고 묻길래, 우리는 겁쟁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더 참혹한 미래를 만날 자신이 없어 지금 여기서 싸운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은 싸우는 모습을 가시화하지 않으면 운동의 성과를 잃곤 한다.” “경찰 정보과가 협상하겠다고 왔다. 대표 보고 나오라고 했지만 나갈 대표가 없었다.” “현재는 과거에서 오는 어떤 결과라기보다 미래 때문에 일어나는 시도인지 모른다.” “기만에 속아온 세월들, 이제는 우리가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 “나도 모르게 나를 가두는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저 계단에서 제주의 새로운 정치 언어가 나올 것이다.” “나무는 나예요. 나는 나무처럼 싸울 거예요.” “천막촌에 오면 할 일, 자기 위치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설거지를 하겠다.” “이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민으로서 지내는 것이다.” “흔들리는 대로 흔들리겠다.”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가보고 싶다. 운동이 이렇게 궁금하고 흥미로운 적이 없다. 여기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같이 있어 더 먼 곳을 보고 먼 곳까지 가려는 시간을 겪어왔다.” “내가 세상을 못 바꾸더라도 이렇게 부딪치면 세상은 나를 바꾸지 못하겠구나.” “질 때 지더라도 잘 지고 싶다.” 운동의 천막을 펼쳐 사고의 광장으로 함께 살아가기가 아닌 홀로 살아남기를 요구받는 사회, 존재가 거처와 관계를 잃고 홀로 배회하는 시대에서 천막촌의 생활은 사건적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운동을 일으키고 일상을 가꾸는 집단의 실험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천막촌 같은 운동의 현장은 정치적 광장이 되고자 하나 현실적 제약에 가로막히고 성과보다 한계가 드러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제약과 한계야말로 사고가 깊어지고 행동의 모험이 요구되는 계기다. 그 제약은 사고가 얽혀들 자리이며, 그 한계는 여기까지 행동했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 천막촌 사람들은 제약과 한계들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려 부단히 고민하고 행동하고 있다. 천막촌은 세상이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불안해하는 사람들, 지금을 어떻게든 바꿔내야 한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의 예시이며 원형이다. 따라서 저자는 천막촌 안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닌 바깥의 누군가를 위해서도 천막촌을 기록하고 천막촌의 사고를 가다듬고자 했다. 천막촌에서 찾아온 목소리를 단장으로 키워내 타인에게, 미래에 건네고자 했다. 운동, 일상, 현장, 정황, 승리, 패배, 성취, 시련, 성장, 개발, 자본, 국가, 식민, 주권, 주변, 광장, 약속, 체념, 무력, 미력, 행복, 기쁨, 예감, 예언, 절망, 희망, 심연, 도약, 개체, 집단, 연루, 공명, 감응, 마을, 이주, 돌봄, 지위, 경계, 자격, 권리, 통치, 정치, 난민, 인민, 호명, 배제, 평등, 대등, 위계, 다수, 합의, 결행, 곡절, 사연, 실험, 관계, 세계, 여성, 남성, 배움, 미래, 과거, 상황, 기록, 기억, 계승, 급진, 생태, 언어, 물음, 이름, 문체, 사상 저자가 천막촌을 기술하기 위해 다시 음미해야 했던 단어들이다. 이 책은 멀리 있는 타인, 훗날을 위한 기록이자 사색이다. 당신과 미래는 우리의 지금과 닿아 있다고 믿기에. 지은이 소개 윤여일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십 년간 수유너머의 일원이었다.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로 베이징에서, 도시샤대학 객원연구원으로 교토에서 체류했으며, 현재 제주대학교 학술연구교수로 제주에서 지내고 있다. 2019년 1월 동료들과 연구자공방 천막을 세우며 천막촌 사람들이 되었다. 『사상의 원점』 『사상의 번역』 『동아시아 담론』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상황적 사고』 『여행의 사고』(하나·둘·셋)를 쓰고, 대담집 『사상을 잇다』를 펴냈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오십 편의 단장短章들로 짜인다. 그리고 운동을 담으려면 문장 또한 운동해야 한다고 여겨 분석적이기보다 함축적인 문체를 취한다. 당신의 머리와 마음 속에서 운동하는 문장이기를 바란다. - 단장 1. 단장과 광장 이 지점에서 천막촌이 촛불에 던지는 물음은 우리가 선한 목자를 골랐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양떼인가이다. 즉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 단장 9. 촛불 이후 천막들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끝 너머를 의식하고 사라짐 이후를 바라본다. 언젠가 사라질 이곳에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알게 된다. - 단장 10. 긴급의 공간 겁쟁이들은 희망하기를 희망한다. 희망希望. 희希는 바라다는 뜻과 함께 드물다는 뜻도 담고 있다. 바랄 수 있는 게 끊긴 상태가 절망이라면 희망은 드물게나마 무언가가 있다는 것. 절망은 희망의 반대말이 아니라 희망을 구해 나서야 할 토양. 겁쟁이들은 희망해야 하기에 희망하기를 희망한다. - 단장 15. 예견하는 겁쟁이 우리는 미력하다. 하지만 함께하기에 무력하지 않다. 미력은 힘의 시작이다. - 단장 16. 미력과 무력 내몰린 그 자리가 자유가 시작되는 곳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예속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예속 속에서 활로를 개척하는 활동이다. 자유롭게 산다기보다 자유를 사는 것이다. - 단장 18. 내몰림과 자유 떠밀림과 떠맡음. 수동성과 능동성이 중첩되는 그 자리를 우리는 사고의 거처로 삼는다. 현실의 제약은 그 현실을 뚫고 나아가려는 사고에게 가능성의 조건이기도 하다. 사고는 이곳에서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 - 단장 19. 앎은 운동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우리는 누구와 함께 알아야 하는가. 우리는 누구와 함께일 때 알 수 있는가. - 단장 20. 배움은 일어나는가 천막촌은 공간이자 시간이다. 그 시간은 긴급함을 의미한다. 그 긴급함이란 현재를 인식하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급히 불러들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 단장 22. 아하의 순간 ‘이미-정함’이라는 예정豫定을 ‘어쩌면’이라는 예감으로 바꾸려는 사람들. 예감豫感. 미리 느낌. 그로써 우리에게 현재는 다른 미래의 전조가 되며 다른 미래는 현재에 이미 작용하게 된다. - 단장 23. 다른 미래와 예감 미래를 짊어지려는 이들에게 과거와의 싸움은 미래를 향한 도전, 딱 그만큼 무겁고 버겁다. - 단장 24. 과거와의 싸움 추방되는 자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고자 할 때 무얼하는가. 점거한다. 그렇다면 배제된 자들은 자기 자리를 찾고자 할 때 무얼하는가. 난입한다. - 단장 25. 배제와 난입 우리에겐 보다 많은 권리의 형상, 보다 잦은 권리의 사건화가 필요하다. 그것들은 만인이 확보할 권리는 아니겠으나 타인에게 번역될 권리다. - 단장 26. 통치와 정치 제주도청은 무엇 하나 내줄 생각이 없었다.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우리를 내몰아냈다. 하지만 우리도 아직 끝낼 생각이 없다. 길 건너 도청을 보며 무슨 일을 벌일지 궁리 중이다. 시력마저 금지할 수는 없다. 상상은 이미 도청 내부로 난입하고 있다. - 단장 27. 계단을 점거할 권리 평등과 대등. 이곳에서 평등과는 다른 대등을 사고하게 된다. 만약 평등이 자격이나 지위의 동등함이 전제된 관계의 수평성을 뜻한다면 대등은 각각의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성취된다. 같아서가 아니라 달라서 대등할 수 있다. - 단장 37. 평등과 대등 상대는 말을 함부로 부리지만 말이 소중한 우리는 말에 매인다. 상대가 남용해 그 말이 닳을수록 우리의 말은 가난해진다. 상대로 인해 말이 의미를 잃으면 우리가 지고, 말이 부패하면 역시 우리가 지는 불공정한 싸움. - 단장 44. 빼앗긴 언어 친구는 말한다. 볼 때마다 말한다.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 홀로 패배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내게 그러할 것이듯. 그리고 우리는 패배를 패배로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 단장 49. 승리의 시간대 이 책은 아직 운동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동요하며 이곳의 살이와 활동의 시도들을 모아 미래로 전달하고자 한다. 누가 어떠한 상황에서 수신자가 될까. 과연 이 기록이 미래에 쓰임이 있을까. 천막촌은 운동들을 위한 운동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답할 수 없다. 이 물음에 입술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지금 당신이다. - 단장 50. 운동들을 위한 운동 차례 앞에 쓰다 천막촌을 기술하기 위해 음미해야 했던 단어들 천막촌의 역사 천막촌이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열 가지 이유 제2공항이 생기면 사라질 성산의 풍경 1. 단장과 광장 2. 현장과 광장 3. 새로운 마을과 다른 생활 4. 천막촌의 시작 5. 어떤 운동을 앞에 두고 있는가 6. 땅의 이름이 운동의 이름이 되는 곳들 7. 점거하는 자들 8. 특이한 지킴이 9. 촛불 이후 10. 긴급의 공간 11. 감전과 충전 12. 이 세계의 윤곽을 듣고 싶다 13. 자신을 알다 14. 타인을 알다 15. 예견하는 겁쟁이 16. 미력과 무력 17. 고苦와 쾌快 18. 내몰림과 자유 19. 앎은 운동하는가 20. 배움은 일어나는가 21. 장이 안다 22. 아하의 순간 23. 다른 미래와 예감 24. 과거와의 싸움 25. 배제와 난입 26. 통치와 정치 27. 계단을 점거할 권리 28. 실존형식으로서의 민주주의 29. 이주한 사람들 30. 경계의 존재 31. 마을과 커먼즈 32. 얽혀듦과 휘말림 33. 문제를 일으키는 능력 34. 합의와 입장 35. 결행과 연루 36. 선택하지 않은 것들의 역사 37. 평등과 대등 38. 권력화를 막아 39. 연극정치와 민주주의 40. 단식과 폭동 41. 싸움의 기술들 42. 비자림로 이야기 43. 제주녹색당과 강정에서 온 사람들 44. 빼앗긴 언어 45. 운동하는 말 46. 두 가지 동하다 47. 세계상의 획득 48. 운동의 성취는 직접적이다 49. 승리의 시간대 50. 운동들을 위한 운동 뒤에 적다
- 껍데기 민주주의 | 포도밭출판사
2016. 12.16 / 125×200mm/ 212쪽 / 14,000원 껍데기 민주주의 기득권 공화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지은이: 하승수, 하승우 보도자료 부패한 권력자를 끌어내린 빈자리를 이제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지금 모든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은 앞당겨 치러질 대선에 모아지는 듯하다. 하지만 저 자리에 ‘좋은 대통령’을 앉히면 근심이 사라질까. 이번 사태를 겪으며 느낀 참담함이 그 때에는 가실 수 있을까? 가진 자는 법이든 돈이든 거칠 것이 하나 없고, 없는 자는 존재 자체부터 너무나 사소하고 비참하게 여겨지는 이곳은 ‘기득권 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분명히 되어 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실상이 드러났듯 지금껏 이 나라를 제 것인 양 마음껏 농단한 것은 기득권 일당이다. 이러한 사태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다음 행보는 어떠해야 할까. 『껍데기 민주주의』는 ‘기득권 공화국’과 ‘헬조선’을 초래한 원인을 진단하고, 사회가 과두지배나 다름없이 운영되는 ‘껍데기 민주주의’ 체제의 문제를 파헤친다. 형제이면서 풀뿌리 활동가이자 정당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변호사 하승수와 정치학자 하승우는 근본적인 사회 전환의 실마리를 찾고자 ‘민주주의’ ‘자본주의’ ‘풀뿌리’ ‘개발과 폭력’을 주제로 정해 대화를 시작했다. 이 책은 고르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오히려 더욱 나빠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변화를 위한 한 걸음을 뗐다. 저자들은 소수 기득권이 아닌 우리들 ‘여럿’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느리게 질주’하자고 제안한다. 기득권 공화국 대한민국, 왜 이럴까? 2016년 한국사회는 숱한 현안들을 마주했다. 4월에 제20대 총선을 치렀고, 곧이어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으며, 더위가 꺾일 무렵에는 울산 앞바다와 경주에서의 지진으로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 사회 곳곳에서 혐오 범죄가 잇따랐고, 비용 절감에만 고심하는 불의한 일터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소위 ‘뜨는 동네’의 임차상인들이 힘없이 거리로 내몰렸고,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주민들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라는 화약고를 이 땅에 배치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비로소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매서운 날씨에 국민들을 광장에 서게 했다. 마침내 이 참담한 ‘기득권 공화국’의 우두머리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렸지만, 아직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전망이 밝다고는 할 수 없다. 2017년이면 ‘87년 체제’ 이후 30년이다. 하지만 이 사회의 민주주의는 곳곳에서 결함을 노출하고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여전히 ‘헬조선’이다. 『껍데기 민주주의』는 기득권 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목도하게 된 지금, 이제는 현상만이 아닌 원인을 보자고 제안한다. 하승수, 하승우 두 사람은 형제라는 점 외에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랜 동안 시민운동에 몸 담아왔고 풀뿌리, 아나키즘, 공공성 등을 화두로 삼는 점에서 일치한다. 녹색당이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하승수는 올해까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다가 임기를 마치고 현재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 있으며, 하승우는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으로 있다가 올해부터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나날이 터져 나오는 현안들 속에서 보다 근본적인 사회 전환의 실마리를 고민하고자 대화를 시작했다. 이 책은 고르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오히려 더욱 나빠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같이 고민한 결과물이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풀뿌리, 개발과 폭력… 결국 ‘삶’으로 수렴되는 주제들 『껍데기 민주주의』는 변호사 하승수와 정치학자 하승우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두 저자는 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을 맞이하는 지금, ‘헬조선’의 원인을 진단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방도를 모색하기 위해 다섯 차례의 대담을 벌였다. ‘헬조선’을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그것을 ‘껍데기 민주주의’라는 말로 지적한다. 시민들이 중요한 문제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사회가 과두지배체제와 다름없이 운영되는 것의 근본 원인에 ‘껍데기 민주주의’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이번에 촛불의 힘으로 더욱 심각한 ‘농단’을 막고 부패한 일당에게 죄를 묻는 데까지는 왔지만,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빈번한 ‘껍데기 민주주의’의 전횡을 해소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저자들은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민주주의’ ‘자본주의’ ‘풀뿌리’ ‘개발과 폭력’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1장_ 민주주의를 말하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지역화 및 분권화 전략을 말하고, 정당민주주의의 한계 및 이를 넘어서기 위한 제도적 대안을 논의한다. 특히 ‘좋은 정치인이 민주주의를 진전시킨다’는 생각은 오류라고 지적하며, 과두지배체제를 깨고 신뢰할 수 있는 대의정치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 특히 선거제도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승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2장_ 자본주의를 말하다>에서 하승수는 토지, 돈, 노동력의 상품화가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진단하며, 이렇게 상품화된 것들을 다시 공유화하는 움직임을 자본주의를 극복해가는 실마리로 제시한다. 하승우는 자본주의가 생산/유통/소비/폐기라는 각각의 단계를 끊어버린 사태가 오늘날의 가파른 일상과 정치사회적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며, 다시금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탈자본주의 전략의 핵심이라고 논의한다. 변화의 가능성을 참조하기 위해 하승우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경우를 상세히 소개한다. <3장_ 풀뿌리를 말하다>에서 두 저자는 ‘풀뿌리’ 개념을 살펴보며 대화를 시작한다. 풀뿌리는 배제와 소외를 딛고 스스로를 조직해나가는 정치적 주체를 일컫는 말인데, 최근 들어서는 홀로 고립되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아래부터의 동력을 일으키는 기초 연결망으로서 그 정의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풀뿌리 부문과 관련하여 잘못되고 있는 흐름에 대해서는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탈정치적 운동은 없다’ ‘관이 민을 통제하는 거버넌스?’ ‘시민사회조직의 비민주화’ ‘청구형 정치의 민낯’ ‘명망가 의존의 심각성’ 등의 꼭지는 제목에서부터 짐작되듯 잘못된 경향에 대한 비판이자 풀뿌리 활동가인 저자들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이기도 하다. <4장_ 개발과 폭력을 말하다>에서 하승수는 개발과 폭력의 범위를 국소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과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으로까지 넓혀서 따져야 한다며 대화를 연다. 하승우는 개발과 폭력 모두 지배의 문제로 파악하며 논의를 이어간다. 즉 개발은 경제적 지배 현상, 폭력은 정치적 지배 현상인데 한국 사회의 특수성은 개발과 폭력이 끈끈하게 결합되어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어떤 주체들이 그러했는가.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가와 자본의 결탁이다. 구체적으로는 관료와 그들에 밀착한 경제적 이해 집단의 결탁이다. 저자들은 이 사악한 결탁을 깨뜨릴 실마리로서 제도가 뒷받침되는 경제적 분산 및 정치적 분권을 검토한다. 구조적인 전환만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르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실천을 일상에서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혼자서 답을 찾기 보다 더 많이 ‘대화’하자 시대는 큰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앞서 적은 국내 현안들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 뉴스들을 봐도 전 지구적 시대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6월 영국발 브렉시트가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고, 지난 달 11월의 미국 대선에서는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되며 세계 정치사회 지형에 거센 파고를 일으켰다. 올해 한반도에 찾아온 폭염과 지진 탓에 뒤늦게 실감했으나,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경고하는 바다. 그렇기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반문하는 때가 잦아진다. 저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대화’를 하자고 제안한다. 혼자서 답을 찾지 말고 서로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소수의 ‘기득권’이 아니지만 우리는 ‘여럿’이기에. 우리가 서로 만나고 대화를 시작했을 때 어떤 힘이 우리에게 생길지는 실로 누구도 단정하지 못한다. 기득권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민주공화국’을 만들어나갈 힘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들은 이 책을 ‘함께’ 읽고 더 많은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어나가자고 이야기한다. 차례 여는 글_ ‘헬조선’의 본질을 꿰뚫어 보자 1장_ 민주주의를 말하다 껍데기 민주주의 우리가 집권하면 달라진다? 민주주의의 주체는 누구인가 ‘무주공산입니다, 싸우세요!’ 제대로 된 정당의 기능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자 정당이 해야 할 일 갈등의 전국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2장_ 자본주의를 말하다 탈자본주의는 가능한가 끊어진 관계의 복원 사례만으로는 안 된다 차베스 정권은 어떻게 했나 정의로운 전환의 길 “자력화하지 않는 시민은 시민이 아니다” 체제 전환의 실마리들 균열선을 보라 3장_ 풀뿌리를 말하다 기초조직의 발견 캣맘이라는 풀뿌리 권력은 원래 우리 것이다 탈정치적 운동은 없다 관이 민을 통제하는 거버넌스? 게이트키퍼는 누구인가 시민사회조직의 비민주화 청구형 정치의 민낯 명망가 의존의 심각성 풀뿌리는 삶의 문제다 4장_ 개발과 폭력을 말하다 국가와 자본의 결탁 사적 폭력에서 공권력으로 관료조직과 사법부의 폭력 참여와 분권으로 가는 먼 길 관료제를 깨려면 시스템의 규칙을 바꾸자 경제성장주의는 끝났다 이 위기를 뭐라고 호명해야 할까 닫는 글_ 우리가 다수다! 책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본질에 관한 토론이 실종되었다. 물론 수많은 현안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안만 따라다녀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풀뿌리, 개발과 폭력 등의 화두를 대화 주제로 삼았다. 시기적인 맥락도 있다. 이제 1987년 이후 30년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 지금은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깊게 87년 이후 30년을 돌아보는 토론이 필요한 시기다. 결국 87년 이후에 대한민국이 소위 ‘헬조선’이 된 것은 민주주의의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여는 글: ‘헬조선’의 본질을 꿰뚫어 보자」에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것을 더 이상 개인의 질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질문에 답하려면 일단 우리는 만나야 한다. 지금처럼 혼자서 답을 찾아본들, 답을 찾은 듯 보여도 위기는 되풀이되기 마련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닫는 글: 우리가 다수다!」에서 지은이 소개 하승수 변호사였지만, 10년째 휴업 중이다. 1996년 참여연대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참여연대에서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협동사무처장 같은 역할을 맡았다. 2001년 시민자치정책센터 창립에 참여했고,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으로 재창립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2001년부터 경기도 과천에서 지역 시민운동에 참여했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제주대학교 교수로 근무하며 제주 지역의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2008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창립에 참여해서 초대 소장을 맡았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녹색당 창당 과정에 참여해, 2016년 9월까지 5년간 사무처장,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지금은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전면 개혁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하승우 ‘풀뿌리 공론장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생운동에 한 발가락 정도만 담그고 살다 의도치 않게 대학원에 갔다. 그 후 여러 단체에 몸을 담았지만 분란을 일으키고 나오는 삶을 반복하다 시민자치정책센터를 만나면서 풀뿌리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2006년 중반부터 한양대, 경희대 등에서 강의하고 ‘프로젝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대학에서 번 돈으로 2007년 지행네트워크라는 연구공동체를 만드는 데 참여했고, 대학을 관둔 뒤에는 자치와 자립, 협동조합, 시민정치, 아나키즘, 공공성 같은 주제로 독서회를 만들고 시민들을 만났다. 2013년 10월에는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과 땡땡책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았다. 2011년 녹색당 창당 과정에 발기인으로 참여했지만 계속 겉돌다 2016년에 덜컥 공동정책위원장으로 코가 꿰였다. 인생은 알 수 없다.
-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2 | 포도밭출판사
ISBN: 979-11-88501-32-8 (03800) 출간일: 2023년 2월 24일 정가: 16,000원 제본: 무선 쪽수: 280쪽 판형: 130×210mm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 에세이 국내도서 > 문학 > 세계문학 국내도서 > 고전 > 고전문학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2 지은이 : 김정선 책 소개 “책을 자신만의 은신처로 삼고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책의 진정한 주인인 당신들에게 인사처럼 또는 우리만의 신호처럼 이 책을 보내고 싶다.” 이 책은 대전에 사는 50대 사람 김정선이 세계 문학 작품들을 읽으며 쓴 기록이다. 앞서 출간한 1권에서 1백 권(작품 수로는 70편)을 읽고 쓴 데 이어 이번 2권에서는 64권(47편)을 읽고 썼다. 이번 책에서 김정선의 말투는 좀 더 편안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상도 더 자유롭고 풍성해졌다. 물론 마음이 단단히 뭉친 날의 기록도 있다. 그런 날에도 그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고 썼다. 성실하게. 이것은 일종의 독서일기이다. 전문가인 양 이렇게 읽어라 저렇게 읽어라 하는 부분은 없다. 소설 속 인용문을 뽑고, 간단한 일상과 마음 상태를 적고, 읽은 책의 줄거리를 꼼꼼하게 적었다. 마지막에는 짤막한 감상평. 이 간소한 형식이 내내 반복된다. 기본적으로, 김정선은 해석하고 규정하는 권위에 반발한다. 반평생 이상 규칙을 엄중히 지키는 임무를 가진 교정 교열자로 산 그는, 그것도 세계 문학 교정 교열 일을 가장 오래한 그는, 규칙과 규정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권위라는 것이 따져볼수록 허술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김정선은 외부의 권위를 받아들이는 대신 자기 안의 목소리, 내면의 안내자를 따르고자 한다. 이 책에서 김정선이 알베르 카뮈를 평가하는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존 해석들에 대한 김정선의 설득력 있는 의심을 읽는 일은 무척 유익하고 또한 재미있다. 김정선이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세계 문학을 읽기 시작한 때가 2020년 6월. 김정선은 지금도 그가 은신처로 여기는 공간에서 세계 문학을 읽고 소감을 기록하고 있다. 두 해가 훌쩍 넘는 긴 시간 동안 무척 성실하게 문학을 읽고 감상을 쓰면서 김정선이 찾는 것은 무엇일까. 독자마다 저마다의 대답을 찾겠지만 그중의 하나를 꼽아보자면, 김정선이 찾는 것은 소통이 아닐까 싶다. 책과 자신과의 소통. 자신과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와의 소통. 독자와 자신이 소개하는 책과의 소통. 이렇게 관계를 확장하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곳이 어떤 차원에서는 우리 모두의 은신처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의 책읽기는 이 세상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누구든 숭고하게 또한 평등하게 머물 수 있는 성소(聖所)로 만들려는 묵묵한 순례 같기도 하다. 표지에는 김정선과 함께 사는 ‘연필이’(연필선인장)와 편집자 최진규와 함께 사는 ‘고다’(고양이)를 나란히 그려 넣었다. 지은이 소개 김정선 이십 대 후반부터 오십 대 중반까지 단행본 출판물 교정 교열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오후 네 시의 풍경』, 『열 문장 쓰는 법』, 『끝내주는 맞춤법』,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 등의 책을 냈다. 대전에서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끼적이며 산다. 책 속에서 경남 창원시엔 ‘화이트래빗’이라는 북바(Bookbar)가 있다. 말 그대로 술과 책을 함께 파는 곳이다.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권 북토크 때문에 갔었다. 기차를 타고 마산역에 내려 버스로 이동한 뒤에도 골목을 한참 걸어 들어가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북바’가 있을 만한 골목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 하며 고개를 여러 번 갸우뚱거렸더랬다. 어디선가 “계란이오, 계란!” 하고 쥐어짜는 목소리를 앞세우고 계란을 잔뜩 실은 트럭이 나타날 것만 같은 그런 골목이었다. 미닫이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술병보다도 더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게 특이하달뿐 그냥 좁고 어둑신한 바였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주당이었다면 ‘천국이 따로 없군!’ 하고 감탄했겠지만, 술을 못 마시니 뭐랄까, 아늑한 아지트 같았달까. 상호 그대로 토끼들이 오종종 모이는 토끼굴 같은 아지트. 주인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일고여덟 분 정도가 모인 단출한 북토크였기에 특별히 인상 깊을 이유도 없는데, 왜 2권 서문에 이런 글을 끄적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저자로 참여한 이른바 ‘각 잡힌’ 북토크라기보다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바다가 가까운 동네 한 골목에 자리한 아지트에 모여 책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 것 같아서였으리라.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지트에 모여 자유롭게 책 이야기며 사는 이야기를 나눠 본 게. 그런 게 고팠던가 보다. 장소가 남달랐다고 특별한 기분을 느낀 건 아닐 테다. 그런 감각엔 무딘 편이니까. 굳이 꼽자면 바의 주인장께서 미리 메일로 보내 준 질문지에서부터 뭔가 남다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내 책을 애정을 가지고 꼼꼼히 읽지 않고는 물을 수 없는 질문들로 빼곡했으니까. 그뿐인가. 참여한 분들도 하나같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티가 팍팍 났다.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는 물론 그전에 낸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에다 『오후 네 시의 풍경』 속 한 꼭지인 「오늘은 우는 날」 이야기까지 나왔을 땐, 속으로 ‘이 사람들 정체가 뭐지?’ 하고 중얼거렸을 정도다. 몇 년 전 충주의 한 서점에서 북토크할 때 만났던 중년 여성 한 분이 떠오른다. 비록 북토크 관련 책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글쓰기 책을 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질문 대신 받은 적이 있다. 도심과 떨어진 외곽에 사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내가 낸 글쓰기 책을 구해 딸과 함께 공부하고 있노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왔노라고 말하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던 그분의 모습을 한동안 잊지 못했다. 이런저런 책을 내고도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못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할 만큼 멘탈이 엉망이던 시절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아 내가 책을 냈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후회나 민망함보다 보람을 더 느낀 기억이 난다. 책의 주인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창원과 충주에서 만난 분들 같은 숨은 독자들이리라. 왜냐하면 저자나 작가는 물론 책을 만드는 출판인들도 결국 거기서 시작했을 테니까. 책을 자신만의 은신처로 삼고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 경험을 공유했던 사람으로서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은신처에 내 책들을 꽂아놓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책을 통해 교양과 풍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에겐 많이 부족한 책이지만, 책을 자신만의 은신처로 삼는 독자에겐 나만의 은신처를 선보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1권과 달리 2권은 다룬 책의 양도 적고 쓰는 과정도 힘들었다. 여름이 지나면서는 원고를 오래 묵혀 두어야 할 정도로 꽤 오랫동안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결국 맨 뒤의 네 편은 예전에 쓴 글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 47편, 64권을 읽고 쓴 기록을 2권으로 묶었다. 하지만 나만의 은신처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면에선 1권과 견주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자신한다. 받아준다면, 부끄럽지만 책의 진정한 주인인 당신들에게, 인사처럼 또는 우리만의 신호처럼, 이 책을 보내고 싶다. - 5~7쪽, 「들어가며: 책의 주인들에게 전하는 인사」 차례 들어가며 : 책의 주인들에게 전하는 인사 2021, 봄 곤경에 빠진 서술자 : 『이방인』, 알베르 카뮈 흔해빠진 특별함 : 『구토』, 장 폴 사르트르 살인을 생각하고 행하는 것 사이에 놓인, 건널 수 없는 심연 : 『죄와 벌』 상·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무지한 독자의 변명 :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모호함을 유지할 것 : 『데이지 밀러』, 헨리 제임스 패배한 삶과 패배하지 않은 이야기 :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2, 조지 엘리엇 아버지의 목소리 : 『레 미제라블』 1~5, 빅토르 위고 놀라운 인생, 놀라운 소설 : 『사일러스 마너』, 조지 엘리엇 완고한 지성 : 『반도덕주의자』, 앙드레 지드 문학의 배신 :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괴테가 구원한 괴테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파우스투스 박사 외』, 크리스토퍼 말로 / 『파우스트 박사』 1·2, 토마스 만 하늘의 정치, 땅의 종교 : 「지옥」, 「연옥」, 「천국」,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은신처가 된 교양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외톨이 선언 :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2021, 여름 대체 소설이야 인생론이야? :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유럽 백인 남성을 위한 자기계발서 : 『인간의 굴레에서』 1·2, 서머싯 몸 ‘인생의 소설’ : 『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푸시킨 긍정의 힘을 키우랬지, 누가 환상을 품으랬어? : 『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푸시킨 거리두기가 답이다! : 『아버지와 아들』, 이반 투르게네프 환상의 집 : 「인형의 집」,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유령의 집 : 「유령」,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삶의 풍경 : 「갈매기」,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다른 것이 없지는 않다 : 「바냐 삼촌」,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 : 「세 자매」,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노을 지다 : 「벚나무 동산」,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빛나는 조연, 돈 압본디오! : 『약혼자들』 1·2, 알레산드로 만치니 1인칭 시점의 유혹 : 『전염병 연대기』, 대니얼 디포 풍경에는 중심이 없다 : 『천변풍경』, 박태원 2021, 가을/겨울 새로운 이야기는 가능한가? : 『내 이름은 빨강』 1·2, 오르한 파묵 ‘대체 난 내 인생으로 뭘 한 거지?’ :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전체주의 방식? : 『동물농장』, 조지 오웰 나는 지금 미래사회에 살고 있다 : 『1984』, 조지 오웰 소설과 시차 적응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이토록 무서운 소설이라니 : 『작은 아씨들』 1·2, 루이자 메이 올컷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잃어버린 게 삶이 아니라 명예라고?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밑도 끝도 없는 : 『타임퀘이크』, 『마더 나이트』,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덜 사는 삶 : 『소멸』, 토마스 베른하르트 엄마 잃은 이야기들 : 『포』, 존 쿳시 / 『로빈슨 크루소』, 대니얼 디포 /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미셸 투르니에 사랑과 싸움 : 『헤이케 이야기』 1·2 / 『겐지 이야기』 1~10, 무라사키 시키부 보도자료 다운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