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16 / 125×200mm/ 212쪽 / 14,000원
껍데기 민주주의
기득권 공화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지은이: 하승수, 하승우
보도자료
부패한 권력자를 끌어내린 빈자리를 이제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지금 모든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은 앞당겨 치러질 대선에 모아지는 듯하다. 하지만 저 자리에 ‘좋은 대통령’을 앉히면 근심이 사라질까. 이번 사태를 겪으며 느낀 참담함이 그 때에는 가실 수 있을까?
가진 자는 법이든 돈이든 거칠 것이 하나 없고, 없는 자는 존재 자체부터 너무나 사소하고 비참하게 여겨지는 이곳은 ‘기득권 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분명히 되어 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실상이 드러났듯 지금껏 이 나라를 제 것인 양 마음껏 농단한 것은 기득권 일당이다. 이러한 사태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다음 행보는 어떠해야 할까.
『껍데기 민주주의』는 ‘기득권 공화국’과 ‘헬조선’을 초래한 원인을 진단하고, 사회가 과두지배나 다름없이 운영되는 ‘껍데기 민주주의’ 체제의 문제를 파헤친다. 형제이면서 풀뿌리 활동가이자 정당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변호사 하승수와 정치학자 하승우는 근본적인 사회 전환의 실마리를 찾고자 ‘민주주의’ ‘자본주의’ ‘풀뿌리’ ‘개발과 폭력’을 주제로 정해 대화를 시작했다.
이 책은 고르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오히려 더욱 나빠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변화를 위한 한 걸음을 뗐다. 저자들은 소수 기득권이 아닌 우리들 ‘여럿’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느리게 질주’하자고 제안한다.
기득권 공화국 대한민국,
왜 이럴까?
2016년 한국사회는 숱한 현안들을 마주했다. 4월에 제20대 총선을 치렀고, 곧이어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으며, 더위가 꺾일 무렵에는 울산 앞바다와 경주에서의 지진으로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 사회 곳곳에서 혐오 범죄가 잇따랐고, 비용 절감에만 고심하는 불의한 일터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소위 ‘뜨는 동네’의 임차상인들이 힘없이 거리로 내몰렸고,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주민들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라는 화약고를 이 땅에 배치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비로소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매서운 날씨에 국민들을 광장에 서게 했다. 마침내 이 참담한 ‘기득권 공화국’의 우두머리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렸지만, 아직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전망이 밝다고는 할 수 없다. 2017년이면 ‘87년 체제’ 이후 30년이다. 하지만 이 사회의 민주주의는 곳곳에서 결함을 노출하고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여전히 ‘헬조선’이다. 『껍데기 민주주의』는 기득권 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목도하게 된 지금, 이제는 현상만이 아닌 원인을 보자고 제안한다.
하승수, 하승우 두 사람은 형제라는 점 외에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랜 동안 시민운동에 몸 담아왔고 풀뿌리, 아나키즘, 공공성 등을 화두로 삼는 점에서 일치한다. 녹색당이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하승수는 올해까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다가 임기를 마치고 현재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 있으며, 하승우는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으로 있다가 올해부터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나날이 터져 나오는 현안들 속에서 보다 근본적인 사회 전환의 실마리를 고민하고자 대화를 시작했다. 이 책은 고르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오히려 더욱 나빠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같이 고민한 결과물이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풀뿌리, 개발과 폭력…
결국 ‘삶’으로 수렴되는 주제들
『껍데기 민주주의』는 변호사 하승수와 정치학자 하승우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두 저자는 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을 맞이하는 지금, ‘헬조선’의 원인을 진단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방도를 모색하기 위해 다섯 차례의 대담을 벌였다.
‘헬조선’을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그것을 ‘껍데기 민주주의’라는 말로 지적한다. 시민들이 중요한 문제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사회가 과두지배체제와 다름없이 운영되는 것의 근본 원인에 ‘껍데기 민주주의’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이번에 촛불의 힘으로 더욱 심각한 ‘농단’을 막고 부패한 일당에게 죄를 묻는 데까지는 왔지만,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빈번한 ‘껍데기 민주주의’의 전횡을 해소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저자들은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민주주의’ ‘자본주의’ ‘풀뿌리’ ‘개발과 폭력’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1장_ 민주주의를 말하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지역화 및 분권화 전략을 말하고, 정당민주주의의 한계 및 이를 넘어서기 위한 제도적 대안을 논의한다. 특히 ‘좋은 정치인이 민주주의를 진전시킨다’는 생각은 오류라고 지적하며, 과두지배체제를 깨고 신뢰할 수 있는 대의정치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 특히 선거제도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승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2장_ 자본주의를 말하다>에서 하승수는 토지, 돈, 노동력의 상품화가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진단하며, 이렇게 상품화된 것들을 다시 공유화하는 움직임을 자본주의를 극복해가는 실마리로 제시한다. 하승우는 자본주의가 생산/유통/소비/폐기라는 각각의 단계를 끊어버린 사태가 오늘날의 가파른 일상과 정치사회적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며, 다시금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탈자본주의 전략의 핵심이라고 논의한다. 변화의 가능성을 참조하기 위해 하승우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경우를 상세히 소개한다.
<3장_ 풀뿌리를 말하다>에서 두 저자는 ‘풀뿌리’ 개념을 살펴보며 대화를 시작한다. 풀뿌리는 배제와 소외를 딛고 스스로를 조직해나가는 정치적 주체를 일컫는 말인데, 최근 들어서는 홀로 고립되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아래부터의 동력을 일으키는 기초 연결망으로서 그 정의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풀뿌리 부문과 관련하여 잘못되고 있는 흐름에 대해서는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탈정치적 운동은 없다’ ‘관이 민을 통제하는 거버넌스?’ ‘시민사회조직의 비민주화’ ‘청구형 정치의 민낯’ ‘명망가 의존의 심각성’ 등의 꼭지는 제목에서부터 짐작되듯 잘못된 경향에 대한 비판이자 풀뿌리 활동가인 저자들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이기도 하다.
<4장_ 개발과 폭력을 말하다>에서 하승수는 개발과 폭력의 범위를 국소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과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으로까지 넓혀서 따져야 한다며 대화를 연다. 하승우는 개발과 폭력 모두 지배의 문제로 파악하며 논의를 이어간다. 즉 개발은 경제적 지배 현상, 폭력은 정치적 지배 현상인데 한국 사회의 특수성은 개발과 폭력이 끈끈하게 결합되어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어떤 주체들이 그러했는가.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가와 자본의 결탁이다. 구체적으로는 관료와 그들에 밀착한 경제적 이해 집단의 결탁이다. 저자들은 이 사악한 결탁을 깨뜨릴 실마리로서 제도가 뒷받침되는 경제적 분산 및 정치적 분권을 검토한다. 구조적인 전환만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르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실천을 일상에서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혼자서 답을 찾기 보다 더 많이 ‘대화’하자
시대는 큰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앞서 적은 국내 현안들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 뉴스들을 봐도 전 지구적 시대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6월 영국발 브렉시트가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고, 지난 달 11월의 미국 대선에서는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되며 세계 정치사회 지형에 거센 파고를 일으켰다. 올해 한반도에 찾아온 폭염과 지진 탓에 뒤늦게 실감했으나,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경고하는 바다.
그렇기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반문하는 때가 잦아진다. 저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대화’를 하자고 제안한다. 혼자서 답을 찾지 말고 서로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소수의 ‘기득권’이 아니지만 우리는 ‘여럿’이기에. 우리가 서로 만나고 대화를 시작했을 때 어떤 힘이 우리에게 생길지는 실로 누구도 단정하지 못한다. 기득권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민주공화국’을 만들어나갈 힘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들은 이 책을 ‘함께’ 읽고 더 많은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어나가자고 이야기한다.
차례
여는 글_ ‘헬조선’의 본질을 꿰뚫어 보자
1장_ 민주주의를 말하다
껍데기 민주주의
우리가 집권하면 달라진다?
민주주의의 주체는 누구인가
‘무주공산입니다, 싸우세요!’
제대로 된 정당의 기능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자
정당이 해야 할 일
갈등의 전국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2장_ 자본주의를 말하다
탈자본주의는 가능한가
끊어진 관계의 복원
사례만으로는 안 된다
차베스 정권은 어떻게 했나
정의로운 전환의 길
“자력화하지 않는 시민은 시민이 아니다”
체제 전환의 실마리들
균열선을 보라
3장_ 풀뿌리를 말하다
기초조직의 발견
캣맘이라는 풀뿌리
권력은 원래 우리 것이다
탈정치적 운동은 없다
관이 민을 통제하는 거버넌스?
게이트키퍼는 누구인가
시민사회조직의 비민주화
청구형 정치의 민낯
명망가 의존의 심각성
풀뿌리는 삶의 문제다
4장_ 개발과 폭력을 말하다
국가와 자본의 결탁
사적 폭력에서 공권력으로
관료조직과 사법부의 폭력
참여와 분권으로 가는 먼 길
관료제를 깨려면
시스템의 규칙을 바꾸자
경제성장주의는 끝났다
이 위기를 뭐라고 호명해야 할까
닫는 글_ 우리가 다수다!
책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본질에 관한 토론이 실종되었다. 물론 수많은 현안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안만 따라다녀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풀뿌리, 개발과 폭력 등의 화두를 대화 주제로 삼았다. 시기적인 맥락도 있다. 이제 1987년 이후 30년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 지금은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깊게 87년 이후 30년을 돌아보는 토론이 필요한 시기다. 결국 87년 이후에 대한민국이 소위 ‘헬조선’이 된 것은 민주주의의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여는 글: ‘헬조선’의 본질을 꿰뚫어 보자」에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것을 더 이상 개인의 질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질문에 답하려면 일단 우리는 만나야 한다. 지금처럼 혼자서 답을 찾아본들, 답을 찾은 듯 보여도 위기는 되풀이되기 마련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닫는 글: 우리가 다수다!」에서
지은이 소개
하승수
변호사였지만, 10년째 휴업 중이다. 1996년 참여연대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참여연대에서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협동사무처장 같은 역할을 맡았다. 2001년 시민자치정책센터 창립에 참여했고,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으로 재창립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2001년부터 경기도 과천에서 지역 시민운동에 참여했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제주대학교 교수로 근무하며 제주 지역의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2008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창립에 참여해서 초대 소장을 맡았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녹색당 창당 과정에 참여해, 2016년 9월까지 5년간 사무처장,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지금은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전면 개혁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하승우
‘풀뿌리 공론장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생운동에 한 발가락 정도만 담그고 살다 의도치 않게 대학원에 갔다. 그 후 여러 단체에 몸을 담았지만 분란을 일으키고 나오는 삶을 반복하다 시민자치정책센터를 만나면서 풀뿌리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2006년 중반부터 한양대, 경희대 등에서 강의하고 ‘프로젝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대학에서 번 돈으로 2007년 지행네트워크라는 연구공동체를 만드는 데 참여했고, 대학을 관둔 뒤에는 자치와 자립, 협동조합, 시민정치, 아나키즘, 공공성 같은 주제로 독서회를 만들고 시민들을 만났다. 2013년 10월에는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과 땡땡책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았다. 2011년 녹색당 창당 과정에 발기인으로 참여했지만 계속 겉돌다 2016년에 덜컥 공동정책위원장으로 코가 꿰였다. 인생은 알 수 없다.